보고 생각

호흡이 좋았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포일러 있음

민소법에이쁠 2020. 10. 24. 18:34

액션 영화에 관객이 바라는 게 있다면 호쾌함이겠죠

 

거기에 하드보일드를 표방한다면

칙칙한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적당한 뒷배경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감독은 그런 장르나 개념의 핵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많은 작품들이 그런 중심가치를 알고 있음에도 그 주변부에 사족을 너무 많이 다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불필요한 연결고리들을 다 잘라낼 줄 알았던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초반의 살인청부 씬에서는 영화 초반의 몰입을 유도하고 주인공의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지만

중반부의 추격살인 씬들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죠

오히려 괜히 공포감 조장하면서 시간 끌 필요 없이 깔끔하게 살해된 장면으로 넘어갔던 쪽이

대단한 실력자구나 하는 압박감을 주면서 오싹함을 느끼게 합니다.

 

또 하드보일드를 표방해놓고는 인물의 능력이나 서사성을 살리다보면

'권선징악에, 가족을 지켜냈으니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자' 하는 평범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작품은 초반부터 인물들을 차근차근 죽여나가면서 깔끔하게 그럴 여지를 없애버리죠

언제 끝나도 파국인 상태로 서사를 밀어나갑니다.

 

잃을 게 없어지는데 긴장은 놓을 수가 없습니다.

레이(이정재)가 쫓아오니까요.

 

덕분에 관객은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인남(황정민)이 도망칠 수 있을지, 아니면 충돌 끝에 쓰러지는지를 지켜볼 때까지 말입니다.

 

그런 호쾌함과 적절한 긴장감이 빚어낸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호평이 주로 연기와 촬영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던데

장면의 구성이나 연출 또한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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